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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도서리뷰

[도서리뷰]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철학추천도서

by patentattorney8 2025. 1. 31.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표지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는 “삶이란 항상 하나가 되고 완전해지려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달리 표현하면 삶이란 어쩔 수 없이 성장과 변화의 과정이다. 성장과 변화가 멈추면 죽음이 닥친다.”는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사랑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존재로 불완전함을 느끼는 인간의 갈증은 꾸준하게 성장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통제하고 질서를 지키는 방식으로 무질서한 인간의 본성을 다스리고 있는데, 적당한 통제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고찰도 담고 있습니다. 통제하고자 하는 열망의 적절한 지점을 찾는 것은 사랑의 기본 원칙과 일치한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오류를 범하면 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에리히 프롬은 쿠바 위기로 세계대전 발발 위험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랑을 호소하는 호소문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에리히 프롬이 쓰는 글은 사랑에 대한 낭만을 찬미하는 것이 아닌, 폭주하는 현대 사회의 인간성에 대한 통탄을 담고 있으면서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전쟁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대하고 무자비한 권력과 폭력 앞에서 하나의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지. 프롬은 흡연, 음주, 폭력, 마약으로 확대되는 ‘죽은 것에 매력을 느끼는 자(네크로필리아)’들을 염려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기반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사고방식에는 상업적 마케팅으로 주입된 가치관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수단이 가득한 일상에서 경계 태세를 갖지 않으면 언제든지 타자의 생각을 마치 내가 생각한 것처럼 착각하게 됩니다.
 
특히, 인스타그램과 같이 시청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소셜네트워크가 기업과 인간의 심리적 거리를 무너뜨리면서 ‘성장하지 않은 어른’을 양산하고 있고, 우리의 방향성을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사랑받기 위한 사람’으로 변질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심각해지면 우리는 언제든지 ‘죽은 것에 매력을 느끼는 자‘가 될 수 있습니다.
 
힘겹게 경제 성장을 이룩한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거니와 사회경제적 안정이 제공되지 않는 세상이라도 낭만적 아름다움이 제일이 아니냐고 크게 외칠 수도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자본주의적 사고가 뿌리 깊은 곳에서 살고 있다면, 세차게 쏟아지는 강물에 잘 버티는 힘이라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의 책은 물질만능주의 컨텐츠에 오염된 우리의 눈을 잠깐 씻어 주는 샘물로써 가치중립적 사고를 훈련하기에 좋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이 먼 다수의 집단에 속해 인간성이 상실된 결정에 동조하지 않는 이른바 ‘성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나를 지키는 일입니다.
 
책 제목이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
나는 오늘 하루도 후회 없이 사랑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