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에서는 집파리 효과(housefly effect)라고 불리는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관한 71가지 인지편향을 소개하고 있다.
공동체 사회에서 살고 있으면서 안정감을 느끼다가도 가끔은 답답하게 느껴지는 규범들을 맞이하거나 통제받는 기분을 느낄 때, 인간은 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이토록 애쓰고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이 피어오를 때가 있다.
집단속에서 인간 고유의 특성들을 이해하다 보면 자유에 대한 갈망과 불편한 감정들이 해소되곤 한다.
사회심리학 서적은 비전공자인 나에게 가벼운 스낵 같은 지식을 전달해주지만, 수많은 선택이 녹아있는 일상에서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했다는 자기 위로나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특히나 마케팅에 지배받지 않고 독자적인 선택을 했으며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과학적 지식을 최대한 알기 쉽게 소개하고자 한다.” 마케팅과 관련한 심리학책들의 구성과 비슷하게 하나의 이론과 실제 발견되는 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한 장의 분량 정도로 서술한다. 온라인 광고 마케팅이 고도로 발전되고 있는 요즘에,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기 위해 기본적인 상식으로도 읽기 좋다.
<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에서 흥미로운 몇 가지 이론들을 기록했다.
1. 집파리 효과(housefly effect)란,
“우리 행동은 누군가에 의해 유도되고 있다.”
“평범한 일상 같아 보이지만, 이 모든 경우에서 행동은 생각도 못했던 무언가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언뜻 보기에 사소한 것이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집파리 효과(housefly effect)라고 이름 붙였다. 그렇다. 소변기의 파리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이다. 하지만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에서 유래한 이름이기도 하다. 집파리 효과를 인식하면, 필요에 따라 피하거나 공략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2.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
“특정 주제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3. 자기기만의 힘
“자기 자신이 이미 특정한 성격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내적 ‘대변인’ 즉, 스스로가 믿도록 설득시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그 사실을 쉽게 받아 들인다. 이것이 바로 자기기만의 힘이다.”
“허세는 다른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4. “노벨상 수상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 두뇌의 의사결정 매커니즘에는 빠른 사고와 느린 사고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느린 사고는 이성적 사고를 말한다. 빠른 사고는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대량의 의사결정을 ‘자동조종’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많은 학자들은 이 빠른 시스템이 내리는 결정이 전체 결정의 95%~99%라고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일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빠르게 반응해 이미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5. 포모 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
다른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고객은 선택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 선택 자체를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6.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
어떤 사건이나 정보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를 때, 그 사건이나 정보가 실제보다 더 중요하거나 자주 발생한다고 판단하는 인지 편향을 말한다.
“뉴스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는 비행기 사고의 발생 확률이나 새로운 IT 기술이 가져올 악영향을 지나치게 크게 추정하게 된다.”
7. “시장 조사 분야에서 많이들 얘기하는 격언이 있다. “소비자들은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익숙한 브랜드만 구매할 뿐이다.”
8. “뇌는 선택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을 의심하지 않으려 한다. 그 결과 선택은 습관이 된다.”
“인간은 일관된 선택을 선호한다. 그래야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도 변덕스러운 위선자로 여겨지는 것은 불편했다.”
9. 부여된 진행 효과
“성취한 것이 많아질수록 사람은 그 행위를 더욱 지속하려고 한다. 결혼기념일이나 입사기념일을 축하하는 풍습이 있는 것도 같은 원리가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10. 미완성 효과 (Zeigarnik effect)
완료하지 못한 일이나 중단된 일에 대한 기억이 완료된 일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어떤 일을 시작했다가 중단하면, 그 일에 대한 긴장감과 압박감을 느끼고, 그로 인해 기억 속에 더 오래 남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의미한다.
”알림 소리나 앱 아이콘 옆의 빨간색 숫자 ‘1’ 같은 시각적 신호는 사용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는 ‘트리거’로써 효과적이다. 뇌는 이를 아직 완료되지 않은 작업으로 인식하고 빨리 끝내고 싶어한다.“
11. 가변적 보상
”앱의 중독성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보상의 많고 적음이 예기치 않게 변하면, 최고의 보상이 곧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12.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처럼 결정이 자주 반복되지 않는 경우에는 위험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다. 반면 먹이터를 선택하는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결정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의 개체군이 더 많이 생존했다.“
13. ”왜 사람들은 어떤 상태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정을 미루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선택하지 않은 쪽의 선택 가능성을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14. 도덕적 허용 효과(Moral licensing effect)
”한 번 선행을 하면 그로 인해 자신이 도덕적으로 이미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 이후에 나쁜 행동에 대해 덜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거나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겉으로만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깊이 있게 실천하지는 않고 외부에만 보여주는 즉,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되는 집파리 효과다."
”우리는 선행을 한 뒤에 ‘도덕적 타임’을 경험한다. 이 기간에는 잠시 도덕적 행동을 중단하게 되도 내 평판이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도덕적 지도자들이나 활동가들이 남에게 설교한 것을 스스로 실천할 때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15. 순서 효과(order effect)
“지시하는 선택지의 순서에 따라 선택지도 바뀌는 현상이다. 첫 번째로 제시된 선택지는 초두효과(Primary effect)로 인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고, 마지막에 제시된 것은 최신 효과(Recency effect) 때문에 기억에 남아 더 선호되는 효과다.
“슈퍼는 왜 야채코너로 시작하는가.”
“건강한 식재료부터 담기 시작했다라는 생각이 든 순간, 무의적으로는 평소의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에 대한 죄책감은 어느새 말끔히 사라진다. 조금만 더 가다보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맥주나 스페셜티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16. 현재 편향(present bias)
“장차 얻을 보상보다 당장 받는 보상을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다.”
“돈이 없을 때 사람은 머리가 나빠진다.”
“우리는 돈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부족하게 되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눈앞의 문제들로 머리가 가득 차서 차분히 생각할 여유를 잃게 된다.”
17. 내러티브 오류(narrative fallacy)
“인류는 이야기의 힘으로 발전했다.”
“분명한 것은, 인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배우면서부터 효율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전설, 신화, 영웅 이야기, 사람들은 이러한 허구적 이야기의 힘을 빌려 큰 집단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구조를 가진 이야기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이러한 스토리를 제공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에게 명확한 스토리가 제공되지 않으면 그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는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음모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8. 코브라 효과(cobra effect)
“주어진 보상이 역효과를 가져오는 등, 의도한 결과와는 반대의 결과가 되고 상황이 더 악화되는 현상이다.”
“생각과는 달리 돈이 늘 최고의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당근에는 독이 있다. 보상이 지나치게 적으면 직원들이 반발을 불러일으켜 직장 분위기가 나빠질 수도 있다. 의욕이 넘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로 돈을 주면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금전적 보상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19. 변위효과(displacement effect)/밀어내기 효과(crowding out effect)
“내적 동기로 어떤 활동을 순수하게 즐기거나 만족을 느껴서 하는 경우에 외부 보상이 추가되면, 활동의 본래 즐거움보다는 보상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내적 동기가 약화되는 효과다.”
보상은 개선의 여지가 있을 때만 효과를 발휘한다.
“보너스를 취소하는 것이 큰 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내재적 동기부여가 낮은 직종에서는 보너스의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고의 직원에게만 보너스를 주는 것의 문제점은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보너스를 못 받은 사람들의 좌절감은 받은 사람이 느끼는 기쁨보다 크다. 자신이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더 이상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
15년 전 한참 광고 마케팅과 심리학 서적을 즐겨 읽었는데, <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에서 조금 다른 내용들을 보면서 갸우뚱했다.
“우리는 행동경제학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발견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때로는 새로운 발견이 이전과 모순되기도 한다.”, “집파리 효과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주의하자”라는 내용을 보면서 행동경제학은 실험의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금 인지했다.
변수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또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숨어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인간 심리에 대한 실험 데이터를 100% 신뢰하고, 모든 상황에 적용될 것이라는 환상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이러한 이론들을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도 이를 역이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문득 우리는 늘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사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시스템이 심어둔 이상적 인간 군상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집단적 오류는 무서운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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